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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그건 내 집이여. 썩 나가라, 이놈들아"


개발에 눈 먼 대전시청, 지역주민 주민등록까지 강제 말소



미디어충청(cmedia.or.kr) 2007-12-27 23시12분 천윤미(moduma@jinbo.net)


“이눔들아, 이건 아니여. 나는 어디서 살라고.”

조성연 씨의 외침에 그를 끌고 가던 대전광역시청(이하 대전시청) 공무원들이 순간 멈칫했다. 그 때를 틈타 조 씨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내 공무원들에게 붙잡혔다. 공무원들이 조 씨를 붙잡고 있는 동안 공익요원들은 빠르게 조 씨의 집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오늘로 조 씨의 집은 두 번 철거됐다. 한번은 10월 1일 상대동 집. 또 한번은 오늘 시청 주차장 집.

대전시 서남부 택지개발지구의 상대동 주민 조성연 씨의 집은 지난 10월 1일 “강제철거”되었다. 이에 조 씨는 10월 26일 대전시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 대전시청 부지 안 주차장 옆에 천막을 짓고 “강제철거에 대한 시장의 사과와 강제 철거의 중지, 대책수립"을 요구했다. 현재도 조 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대전시청과 동일한 ‘대전시 서구 둔산동 1420번지’. 10월 26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조 씨의 집은 시청 주차장 천막 농성장이었다.

27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시청 부지 안 주차장 옆에 있었던 조 씨의 천막은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이날은 조 씨에게 상대동 집 강제 철거 85일째였다.








시청 주차장 옆 조성연 씨의 두번째 집








행정대집행 영장

27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천막 철거는 30분 만에 끝났다. 앞서 9시 30분에는 대전시청 도시관리과와 상대동 주민들과의 면담이 있었지만 예정대로 행정대집행이 진행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도시관리과 신 모 계장은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가수용 단지는 법 규정상 수용이 안 되는 것이며, 치료비 문제는 약속했고, 조성연 씨에 대해서도 시청으로서는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치료비는 철거 당시 시청이 투입한 조폭같은 용역들의 폭력에 의해 주민이 다쳤으니 응당 받아야 할 것이었고, 가장 중요한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을 마련해달라는 말에 대해선 안 된다고만 한다”며 “우리도 세금 내는 시민인데 노숙자로 만든 것에 대해 사과도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대전시 개발 논리에 철거민 된 조성연 씨, 주민등록을 대전시청으로 옮기다

면담을 마친 주민들이 시청 밖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안 돼, 그건 내 집이여. 썩 나가라, 이놈들아.” 제일 먼저 도착한 조성연 씨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내 끌려나온 조 씨는 있는 힘껏 공무원들의 손을 걷으며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이번엔 공익요원들이 공무원들에게 합세해 조 씨를 천막과 멀리 끌고 가기 시작했다.








끌려가는 조성연 씨








한 주민이 텐트에 누워 안간힘으로 버텨보지만 철거는 계속 되었다.

주민들 역시 “절대 안 비킨다”며 천막 안 텐트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조 씨의 천막이 철거 될 거라는 소식에 달려온 지역의 시민단체들 역시 공무원들에게 철거의 부당성을 이야기 했지만, 끝내 천막은 공무원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었다. 끌려가면서도 천막으로 돌아가려고 버둥거리던 조 씨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천막이 있던 자리만 보고 있었다.

시장실이 있는 10층만 엘리베이터 운행 중지

조 씨의 천막을 실은 시청 소속 트럭이 떠나자 조 씨가 일어섰다. “뭐 혀? 얼른 시장한테 가보자고.” 주민들과 조 씨, 그리고 시민단체가 급하게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시청 로비 엘리베이터는 경비들이 막아서 있었다. 주민들이 “우리도 시민인데 왜 시장은 우릴 한 번도 만나주지도 않는거여”하고 항의하자 겨우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끔 비켜주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10층으로 가는 버튼은 아무리 눌러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장이 났는가 싶은 주민들이 다른 층의 버튼을 누르자 이내 빨간 불이 들어왔다. 경비들은 “10층은 작동을 꺼 놨다, 돌아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시장에게 “10월 1일 있었던 강제 철거와 오늘 조 씨의 천막을 철거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을 것”이라며 두 조로 나눠 겨우겨우 12층에 도착, 비상계단을 통해 10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10층의 비상구 역시 잠겨 있었다. “전에도 이렇게 문을 잠갔더라고, 시장 코빼기도 못 봤다니까”라는 조 씨의 허탈한 목소리만이 비상계단을 울렸다.

다른 주민들 역시 비상구가 잠겼다며 “일단 로비에서 만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자”고 전해 왔다.

대전시청 1층 로비 휴게실, 주민들은 어두운 얼굴로 모여 앉아 있었다. 시청의 한 경비원이 다가와 파스를 건네줬지만 “병 주고 약 주고냐”는 주민들의 호통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대한민국, 조성연씨 주민등록 강제 말소

현재 조 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이다. 조 씨가 천막이 있던 대전시청과 동일한 주소로 주민등록을 이전하자 시에서 말소를 시킨 것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한 시민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제 조 씨는 모든 권리 행사와 취업 등 사회활동을 박탈당했다.

한편, 조성연 씨, 1969년도에 등기가 된 집에서 조용히 개를 키우며 살던 환갑을 앞둔 노인의 삶이 흔들린 것은 대전시가 서남부 생활권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이후부터다. 대전시는 1992년 12월 2020년 대전시 상주인구가 220만을 넘길 것이라고 예상, 20만 명 규모의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그것이 소위 서남부 생활권 개발계획이다.
그러나 서남부권 개발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시는 인구예측규모를 현실과 다르게 너무 과대하게 책정해서, 월평공원 관통 도로, 쓰레기 소각장 등 여러 시설의 규모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개발계획에 주민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상대동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시행하면서 부득이하게 행정집행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있으나, 그 어디에도 행정집행 과정에서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행정집행과정에서 “대전시는 서울지역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었다"며 "이번 일에 대해 대전시의 공식적인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징계 그리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상대동 주민들은 “단순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철저한 협의과정 속에서 지역주민 모두의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대전시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은 천막 한 동 이었지만 내일은 두 동, 모레는 세 동, 대전시청이 계속 우리를 몰아낸다 해도 우리는 굴하지 않을 것이다. 조성연 씨의 집이 곧 우리 모두의 집이다"








상대동 철거 현장








상대동 주민들의 공동 취사장

미디어 충청(http://cmed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