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실의 수상한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
최근 감사실은 『KAIST 역량강화 및 윤리경영 구현을 위한 직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증진방안』에 대한 용역을 체결하고, “KAIST 근무환경과 직무만족 개선을 위한 설문지”를 배포하였다. 우리 노동조합은 감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용역 내용 및 설문 작업이 과연 “감사의 직무”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감사규정에 규정된 감사범위와는 다소 거리가 먼 사안이며, 감사 본래의 업무영역을 벗어난 행위라고 보인다. 현재 감사실이 진행하고 있는 사안은 행정의 고유 업무에 속한 것이며, 직무만족도 및 조직몰입증진과 관련한 사항이라면 당연히 그 주체는 행정처(인사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감사실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행정처와는 사전에 협의도 없이 마치 감사실과 행정처가 공동으로 설문작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하여 설문지를 배포하였다가 행정처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감사실은 자체감사라는 미명하에 특정부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외부전문가를 활용한다는 이유를 들어서 외부업체와의 용약계약을 체결하였다. “2013 일반감사(학술문화원)를 위한 감사지원 인력 용역계약”으로 38,000,000원(사단법인 정보시스템관리협회), ”행정처 시설부 일반감사 외부전문가 활용 용역계약“으로 26,400,000원(주식회사 지오엔씨), 그리고 이번에 체결된 “KAIST 역량강화 및 윤리경영 구현을 위한 직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증진방안 용역계약”으로 38,500,000원(사단법인 한국행정학회)을 각각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전체 금액이 102,900,000원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감사실은 최근의 자체감사과정에서 수감부서에 대하여 처음부터 예단을 가지고 감사를 실시했다(이른바 ‘표적감사’)는 얘기들이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자체감사라는 기본방침과는 거리가 멀게 마치 비리를 밝히기 위하여 조사를 벌이는 “사정기관”같은 행태를 보였다. 자체감사의 본질이 무엇인가? 자체감사는 외부감사, 특히 감사원이나 미래창조과학부 감사 등 외부감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하여 제도적으로 잘못된 관행들은 바로잡고, 그 과정에 비리가 있다면 근원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자체정화과정이다. 감사과정에서 잘못이 발견되면, 이를 시정하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부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직적인 문제라면 시스템을 개선토록 총장에게 감사의견을 개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비리를 파헤치려는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보인다.
감사실이 이른바 “수의계약”을 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감사과정에서 수의계약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했던 감사실이 자신들이 체결한 수의계약이 내용적으로, 업체선정과정에서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되었는지는 누가 검증할 것인가? 자신들이 수행한 수의계약은 정당하고, 일반부서가 체결한 수의계약은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은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용역계약의 금액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업체의 선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감사실은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특히, 사단법인 한국행정학회는 회원 및 임원 대부분이 대학교수들이다.
감사는 오는 10월 말이면 임기가 종료된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자체 인력으로 감사를 진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면서까지 왜 외부 용역인력을 사용하여 감사를 진행하였을까? 이 과정에서 수감부서에 대하여 지나친 자료요구 및 장기간의 감사로 인하여 관련자들은 “수감에 따른 피로도”를 호소하기도 했다. 사정기관들이 ‘털어서 먼지 나올 때까지’하는 방식을 동원했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왜 임기를 몇 달 안 남긴 시점에서 감사실 업무와는 동떨어진 직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증진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을까? 세간에 들리는 얘기들이 어지럽다. 감사실이 외부에 보여주어야 할 실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신들의 업무를 벗어난 일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감사실 스스로가 반문해 봤으면 좋겠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진행한 감사가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루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검증할 수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실의 감사행태를 밝히기 위한 외부감사용역이라도 의뢰해야겠지만,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감사는 “독립기관”이라고 우기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상식의 원리로 판단할 뿐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상식이 결코 진리와 동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14일
한국과학기술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