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설립 막겠다는 본심 드러낸 것"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규탄 기자회견'에 나선 양성윤 위원장이 노동부 설립신고 반려 항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이명박 정부가 노조 설립신고를 또다시 반려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강력히 규탄하며 총궐기로 맞설 것을 예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석달 전 노조 설립신고를 노동부가 반려처분한 것에 대해 최대한 인내하며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고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규약을 제정, 지난달 25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자신들이 과거 주장한 내용들까지 뒤엎으며 또다시 반려하는 기만성을 드러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 반려 사실이 알려진 3일 오후 2시 영등포 노조 회의실에서 정부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는 이번 재반려가 노조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면서 “투표함까지 열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무원노동자를 권력 발밑에 두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무원노조 라일하 사무처장은 노조 설립신고 관련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해 공무원노조 3조직 통합 과정부터 시작해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반려처분된 상황을 설명했다.
라 사무처장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경찰 정보과까지 동원한 전국적 투표 방해행위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난 투표결과는 현장의 분노를 담은 것”이라고 말하고 “지금 공무원노동자들 현장에선 ‘해도 너무 한다’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 재차 반려를 이명박 정권의 노조 말살책동으로 규정하고 향후 법률적 대응과 함께 노조를 투쟁본부로 전환, 연대단체들과 함께 전 조합원 총궐기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무원노조 이충재 부위원장도 “이번 반려과정을 보면서 과연 이 정부가 법과 원칙, 상식을 가졌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격을 높인다면서 국제기준을 명백히 위반하며 국을 낮추는 것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이 부위원장은 “오늘날 정부부처들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수첩행정, 하청행정이라는 자괴감을 떨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이번 반려처분은 분명히 위법이고, 법과 상식을 놓고 봐도 노동부는 답변하지 못할 것이며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철도노조 파업을 정부가 유도한 것과 이번 사태는 마찬가지”라면서 “이 정부는 올바른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받을 의지도 자격도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설립신고 관련해 조직 내 존재했던 여러 이견들과 향후 우리 갈 길이 이번 노동부 반려로 인해 명확히 정리됐다”면서 설립신고 문제 관련해 조직 내에서 논란이 있었음을 전하고 노동부의 반려조치가 노동조합 조직을 더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전쟁은 시작됐다" 전국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이 입을 굳게 다문 결연한 표정으로 노조 라일하 사무총장 발언을 듣고 있다. 이명익기자
양 위원장은 또 노조 설립신고가 계속 반려되고 있는 문제는 노동부 관료들의 입장이 아닌 배후 세력 조종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관련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법과 규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어느 기관의 지시와 결정, 그들의 방침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양성윤 위원장은 “그동안 이 사회에서 강화된 것은 정치편향적 경찰력과 법원 유측일 뿐”이라면서 “전체 노동진영과 노동자 서민 농민 등 모든 민중이 탄압 국면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우리가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려고 했기에 이런 탄압을 받는 것이며, 공무원노조가 정부 탄압의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영혼없는 공무원, 권력의 시녀가 아님이 다시 밝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 복지축소 등 자본계급에만 유리한 재분배정책과 노동문제 관련해서도 편향적 억압적 정책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하고 “공무원노조와 정부 간 노사관계가 한국사회 노동정책과 노사관계를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양성윤 위원장은 “신고제로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되는 사안에 대해 사상초유의 허가권을 발동하며 설립신고를 안내주는 것은 공무원노조가 그들에게 눈엣가시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다수 국민이 긍정하거나 공감할 것으로 착각한 채 불법적 법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또 “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권 탄압이 거셀수록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시련의 시기에 현장 공무행정과 사회공공성 강화사업을 실천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서 고립되게 할 것”이라고 전하고 “노동자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독재권력의 횡포에 대해 분노를 잃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면서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공무원노조는 백보 양보해 노동부가 요구한 모든 사유를 보완하고 합법적 설립신고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전하고 “부당한 사유로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은 노동자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모두 짓밟고 권력에 예속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애초 노동부가 보완요구한 반려사유가 모두 완성되자 다른 핑계를 대며 설립신고를 막는 것은 결국 공무원노조 설립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노동계 전체를 정권 발밑에 두려는 권력 횡포에 맞서 노동자 자주성과 단결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부가 주장하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사유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고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았고, ‘업무총괄자’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것.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12월 노동부 반려가 부당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백보 양보해 현행법에 따라 규약을 개정해, 82명 해직자들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님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노동부 반려사유는 말도 안 되는 옹색한 변명이며 설립신고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공무원노조 입장이다.
또 노동부가 “‘업무총괄자’로 확인됐다”면서 노조에 보낸 8명 명단에 오른 공무원노동자들은 지부장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노동부가 이미 노조와의 질의회신을 통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고유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반려에 즈음해 공무원노조에 공문을 보내 “향후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간 노동조합 설립활동에 참여한 산하조직별 조합원 명단과 각종 투표 참여자 명단 등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가 활동하지 않았음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민주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명 비밀 직접투표라는 원칙마저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사상 초유의 허가권 발동으로 설립신고를 차단하고 있는 것 관련해 소송을 비롯한 법정투쟁 준비에 나섰다. 또 4일부터 노조를 투쟁본부로 전환해 전 조직적 긴급 대응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공무원노조는 오는 3월20일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식과 전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한 달 동안 제주에서부터 서울에 이르기까지 3보1배 순회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5월에는 조합원 5만 명 이상이 집결할 수 있는 장소와 일정을 마련해 대규모 총회투쟁을 벌인다.
지난해 쌍용차투쟁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법정관리인도, 그 어떤 사람도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사태 해결을 막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이번에는 공무원노조의 합법적 설립신고를 막고 나섰다.
'반려를 위한 반려, 권력에 복종하라는 뜻' 양성윤 위원장은 "MB정권 탄압이 거셀수록 시련의 시기에 국민 속으로 들어가 사회공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