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직원의 권리 핍박한 이에게 헌법체제 도전의 권리는 없다
기사입력 2009-09-20 오후 1:42:53
전공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 업적도 별로 없으면서 어느 사립여대의 교수로 있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선거 캠프에 기웃거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에 '코드인사'의 수혜자로 정부 산하 연구원의 수장이 되었다. 그리고 국회에서 대한민국 헌법체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중에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OECD 국가 중에서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무식을 드러냈다.
노동3권은 국민주권의 핵심
우리 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33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노동3권을 천명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에게 국민주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노동3권을 통해 실현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은 대한민국의 건국자들이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1948년 7월 선포된 제헌헌법 제18조는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함"을 명시하고, 나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까지 규정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3년 12월 제정된 제6차 개정 헌법 역시 제29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노동3권은 대한민국 건국세력 뿐만 아니라 '산업화 세력'도 천명한 기본권이었다. 이는 민주화 이후인 1987년 마련된 제9차 개정 헌법에서도 재확인되어 우리 헌법이 지키려는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 헌법사를 통해 헌법 정신을 되돌아보면 박기성 원장이 말한 노동3권의 헌법 삭제 소신은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체제의 역사적 연속성을 뿌리에서 부정하는 반체제적인 것이다. 노동3권은 노동자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우리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자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 주권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한다
노동3권 삭제 발언에 이어 박기성 원장은 OECD 국가 중에서 헌법에 노동권을 명시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에는 모두 30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중 가까운 일본 헌법을 보면, 제28조에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OECD의 유럽 회원국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2000년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을 채택해 모든 EU 회원국으로 하여금 비준토록 하였다.
"유럽연합은 인간의 존엄성·자유·평등·연대라는 불가분의 보편적 가치 위에 출범하였다"는 내용의 전문(前文)로 시작하는 EU 기본권 헌장은 모두 52개 조항으로 이뤄져있는데, 제28조에서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국의 법률과 관행에 따라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맺을 권리를 가진다. 또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포함하여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OECD와 EU 모두의 회원국인 이탈리아 헌법은 제39조에서 노동조합 결성권, 제40조에서 파업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이지만 EU 회원국은 아닌 스위스는 헌법 제28조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결권을 명시하고 제110조에서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노조원이 아닌 노동자들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단체, 보건노조와 보건사용자단체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은 물론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까지 그 효력이 확장된다는 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멕시코도 헌법 제123조에서 1일 8시간 노동, 6일 노동 후 1일 휴식, 동일노동·동일임금, 노동자의 기업이윤 점유권, 노조 결성권, 파업권을 규정하고 있다.
거짓말로 국회 기만한 한국 노동연구원장
이러한 해외 사정에 미루어 볼 때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말고는 노동권을 헌법에 규정한 나라가 없다는 박기성 원장의 국회 발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 체제를 부정하는 소신을 개인이 가졌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는 누구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가지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이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기성 원장의 경우는 그러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그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한 연구원이 회의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조선일보>에 흘려서 대서특필시킨 장본인이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란 없다.
우리 헌법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일반 국민은 물론 공무원에게도 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를 이유로 부하 직원을 핍박했고, 그도 모자라 이를 자신과 코드를 같이하는 <조선일보>에 흘려 해당 직원을 망신 주는 경영자로서 졸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적 수준과 헌법 수호 의지는 어느 정도?
그런 그가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삭제하는 게 평소의 소신이라며 헌법체제에 도전하고 자유 민주적 질서를 교란하는 발언을 했다. 그것도 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법을 만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말이다. 이런 자에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국책 연구원의 수장을 계속 맡기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은 제23조에서 "만인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정도는 알고 있는 지적 수준을 지닌 노동연구원장을 기대하는 건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자유민주적 질서를 보장한 헌법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지적(知的) 수준이 '2메가바이트'를 넘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는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중에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OECD 국가 중에서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무식을 드러냈다.
노동3권은 국민주권의 핵심
▲그는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중에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OECD 국가 중에서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무식을 드러냈다.ⓒ프레시안 |
그리고 제33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노동3권을 천명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에게 국민주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노동3권을 통해 실현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은 대한민국의 건국자들이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1948년 7월 선포된 제헌헌법 제18조는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함"을 명시하고, 나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까지 규정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3년 12월 제정된 제6차 개정 헌법 역시 제29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노동3권은 대한민국 건국세력 뿐만 아니라 '산업화 세력'도 천명한 기본권이었다. 이는 민주화 이후인 1987년 마련된 제9차 개정 헌법에서도 재확인되어 우리 헌법이 지키려는 대한민국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 헌법사를 통해 헌법 정신을 되돌아보면 박기성 원장이 말한 노동3권의 헌법 삭제 소신은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체제의 역사적 연속성을 뿌리에서 부정하는 반체제적인 것이다. 노동3권은 노동자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우리 헌법에서 노동3권을 없애자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 주권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한다
노동3권 삭제 발언에 이어 박기성 원장은 OECD 국가 중에서 헌법에 노동권을 명시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에는 모두 30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중 가까운 일본 헌법을 보면, 제28조에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OECD의 유럽 회원국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2000년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을 채택해 모든 EU 회원국으로 하여금 비준토록 하였다.
"유럽연합은 인간의 존엄성·자유·평등·연대라는 불가분의 보편적 가치 위에 출범하였다"는 내용의 전문(前文)로 시작하는 EU 기본권 헌장은 모두 52개 조항으로 이뤄져있는데, 제28조에서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국의 법률과 관행에 따라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맺을 권리를 가진다. 또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포함하여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OECD와 EU 모두의 회원국인 이탈리아 헌법은 제39조에서 노동조합 결성권, 제40조에서 파업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이지만 EU 회원국은 아닌 스위스는 헌법 제28조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결권을 명시하고 제110조에서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노조원이 아닌 노동자들에게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단체, 보건노조와 보건사용자단체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은 물론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까지 그 효력이 확장된다는 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멕시코도 헌법 제123조에서 1일 8시간 노동, 6일 노동 후 1일 휴식, 동일노동·동일임금, 노동자의 기업이윤 점유권, 노조 결성권, 파업권을 규정하고 있다.
거짓말로 국회 기만한 한국 노동연구원장
이러한 해외 사정에 미루어 볼 때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말고는 노동권을 헌법에 규정한 나라가 없다는 박기성 원장의 국회 발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 체제를 부정하는 소신을 개인이 가졌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는 누구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가지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이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기성 원장의 경우는 그러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그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한 연구원이 회의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조선일보>에 흘려서 대서특필시킨 장본인이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란 없다.
우리 헌법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일반 국민은 물론 공무원에게도 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를 이유로 부하 직원을 핍박했고, 그도 모자라 이를 자신과 코드를 같이하는 <조선일보>에 흘려 해당 직원을 망신 주는 경영자로서 졸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적 수준과 헌법 수호 의지는 어느 정도?
그런 그가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삭제하는 게 평소의 소신이라며 헌법체제에 도전하고 자유 민주적 질서를 교란하는 발언을 했다. 그것도 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법을 만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말이다. 이런 자에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국책 연구원의 수장을 계속 맡기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은 제23조에서 "만인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정도는 알고 있는 지적 수준을 지닌 노동연구원장을 기대하는 건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자유민주적 질서를 보장한 헌법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지적(知的) 수준이 '2메가바이트'를 넘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