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교수를 체포한 사건에 관하여
[기고] 공안정국으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김수행(성공회대) / 2008년08월28일 6시49분
나는 오세철 교수와 대안적인 ‘사회과학대학원’을 만든다고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2007년 3월부터는 ‘사회과학대학원’(준비위원회)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원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금년 3월부터는 내가 중심이 되어 ‘사회과학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성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세철 교수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현실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있다.
내가 한번 씩 놀라는 것은 오세철 교수가 굉장한 정력가이고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고 자기희생적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나는 백면서생으로서 글 쓰고, 번역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편이지만, 오 교수는 현실문제과 현실운동에 매우 밝아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회, 노동자와 서민이 지배와 억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 골몰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오 교수와 이야기하는 가운데 내가 배우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자본론]을 번역 출판한 1989년 3월에도 아무런 협박을 받은 적이 없으며, 그 뒤 10여권의 마르크스경제학에 관한 책과 수많은 논문을 썼고 강의와 강연을 했지만 나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경험한 적이 없다. 나는 한국 정치가 상당히 민주주의적 기본권을 옹호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안심하고 있었다.
어제 갑자기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문제 삼아 오세철 교수와 그 동료 7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촛불시위의 전개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점점 더 옛날의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이적행위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도 자신만만했던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면서도 어떻게 경제를 살릴까에 관한 기본 개념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명박 정권은 경제 살리기에 성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개인의 재산 불리기’와 ‘경제 살리기’를 동일시하고 있다가 ‘강.부.자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뒤에 비로소 경제 살리기가 개인의 재산 불리기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좀 좋게 봐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헛발질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주권을 부시에게 아무런 반대급부도 요구하지 않고 바친 것도 한미FTA를 일찍 타결하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한미FTA를 조기에 타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은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식 때문이었거나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히 드러났다. 대미 굴욕 외교는 주한 미군의 주둔비를 이명박 정부가 대부분을 부담하라는 요구나, 아프가니스탄에 국군을 증파하라는 종용이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제 군사설비와 무기를 구매하라는 강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주국에게 이런 거대한 조공을 바치면서 어떻게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또한 방송을 장악하고 촛불시위를 백골단으로 탄압하며 진보적인 단체와 인사들을 체포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날 수도 없는 일이다. 비판과 비난이 좀 수그러든다고 경제가 어떻게 살아나는가? 오히려 진보적인 인사들이 내놓는 각종 대안들과 처방들에 귀를 기울여서 현재의 ‘깡패자본주의’를 과감히 청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경제 살리기에 묘약이라는 썩어빠진 ‘무당 경제학’을 버리고,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을 축소하고 노동자와 서민을 살리는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국내시장을 확대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억압하고 체포 구속한다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부에 복종하던 시대는 훨씬 이전에 끝났다.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해야 모든 국민이 창의성과 헌신성을 최고도로 발휘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선진국 중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부족하고 따라서 빈곤율이 가장 높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고 있지만, 세계 전체를 보면 북유럽의 나라들이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키면서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은 한국의 역사에서 ‘최후’의 대미 굴욕적이고 반민중적인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미래를 내다보면서 어찌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대안적인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오세철 교수와 동료들의 구속을 빨리 풀고 ‘새로운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동참하기 바란다. 이 벌집 저 벌집을 자꾸 쑤시다가는 벌들의 반격을 받아 자기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몰락하게 될 것이다.
내가 한번 씩 놀라는 것은 오세철 교수가 굉장한 정력가이고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고 자기희생적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나는 백면서생으로서 글 쓰고, 번역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편이지만, 오 교수는 현실문제과 현실운동에 매우 밝아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회, 노동자와 서민이 지배와 억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에 골몰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오 교수와 이야기하는 가운데 내가 배우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자본론]을 번역 출판한 1989년 3월에도 아무런 협박을 받은 적이 없으며, 그 뒤 10여권의 마르크스경제학에 관한 책과 수많은 논문을 썼고 강의와 강연을 했지만 나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경험한 적이 없다. 나는 한국 정치가 상당히 민주주의적 기본권을 옹호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안심하고 있었다.
어제 갑자기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문제 삼아 오세철 교수와 그 동료 7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촛불시위의 전개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점점 더 옛날의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이적행위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도 자신만만했던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면서도 어떻게 경제를 살릴까에 관한 기본 개념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명박 정권은 경제 살리기에 성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개인의 재산 불리기’와 ‘경제 살리기’를 동일시하고 있다가 ‘강.부.자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뒤에 비로소 경제 살리기가 개인의 재산 불리기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좀 좋게 봐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헛발질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주권을 부시에게 아무런 반대급부도 요구하지 않고 바친 것도 한미FTA를 일찍 타결하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한미FTA를 조기에 타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은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식 때문이었거나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히 드러났다. 대미 굴욕 외교는 주한 미군의 주둔비를 이명박 정부가 대부분을 부담하라는 요구나, 아프가니스탄에 국군을 증파하라는 종용이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제 군사설비와 무기를 구매하라는 강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주국에게 이런 거대한 조공을 바치면서 어떻게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또한 방송을 장악하고 촛불시위를 백골단으로 탄압하며 진보적인 단체와 인사들을 체포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날 수도 없는 일이다. 비판과 비난이 좀 수그러든다고 경제가 어떻게 살아나는가? 오히려 진보적인 인사들이 내놓는 각종 대안들과 처방들에 귀를 기울여서 현재의 ‘깡패자본주의’를 과감히 청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경제 살리기에 묘약이라는 썩어빠진 ‘무당 경제학’을 버리고,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을 축소하고 노동자와 서민을 살리는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채택함으로써 국내시장을 확대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억압하고 체포 구속한다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부에 복종하던 시대는 훨씬 이전에 끝났다.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해야 모든 국민이 창의성과 헌신성을 최고도로 발휘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선진국 중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부족하고 따라서 빈곤율이 가장 높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모델로 삼고 있지만, 세계 전체를 보면 북유럽의 나라들이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키면서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마도 이명박 정권은 한국의 역사에서 ‘최후’의 대미 굴욕적이고 반민중적인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미래를 내다보면서 어찌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대안적인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권은 오세철 교수와 동료들의 구속을 빨리 풀고 ‘새로운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동참하기 바란다. 이 벌집 저 벌집을 자꾸 쑤시다가는 벌들의 반격을 받아 자기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몰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