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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칼럼












[김진숙칼럼]

만세 한번 부르겠습니다.2



시간을 827일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827일동안 네가 가야할 길이 해고와 연행과 천막농성과 단식과 1인시위라고 누군가 일러 주었더라면, 그래도 난 이 길에 선뜻 들어설 수 있었을까요.

검은 비단처럼 빛나는 네 머릿결이 우악스런 손길에 수도없이 휘어잡히고,검은 진주처럼 빛나는 네 눈빛이 눈물의 저수지가 될지도 모른단다.누군가 귀뜸이라도 해주었더러면 그래도 난 이 길을 주저없이 갔을까요.

827일.

인체의 70%를 차지한다는 수분이 모조리 눈물로 빠져나가 살아있는 인간이 버석거리는 낙엽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

꿈이 무너지고 희망이 부서지고 윤택하던 사랑마저 사막처럼 피폐해지는데 필요한 시간 827일.

아무리 단단한 인간이라도 수십 번 바스라져내릴 시간 827일.

흩어진 것들이 다시 모이고 부서진 것들마저 다시 뭉치고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 그렇게 827일을 버텨오면서,연락이 끊어진 친구도,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 동지도,이제 그만하라는 말도 못하고 애달프게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도 이젠 다 견딜 수 있는데 나 없이 달리는 저 KTX는 아직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등을 보이며 돌아서던 변심한 연인을 보는 심정이 이럴까요.

시속 300km로 달리는 저 배신의 질주를 가로막고 누워 내 살점이 벚꽃처럼 흩날리는 꿈을 몇번이나 꾸었는지 모릅니다.

827일을 뒹굴었음에도 잠이 깨는 새벽마다 여긴 어딜까.그리고 이내 가슴이 서늘해지던 막막함.

언젠가 다시 이 옷을 입게 되리라.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곤 했던 회색유니폼이 빨간색으로 바뀐 어느날.가까운 지인의 부음처럼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 옷은 우리에겐 깃발이었습니다.

홀로이 바람에 맞서던 깃발.지금은 접혀져 있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당당하게 휘날려야 할 깃발.

그렇게 827일을 살았습니다.

그 827일에는 송별식도 못한 채 떠나버린 친구들이 있었고,어디가서 무슨 일을 하고 살더라도 다시는 비정규직이 되지 말라는 인사도 못 건넨 채 가버린 동지들이 있었고,그리고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울어야 했던 엄마 아빠의 눈물이 있습니다.

일터가 아니라 농성장으로 향하는 딸내미의 주머니에 밥은 굶지 말라며 용돈을 찔러주시던 부모님께 죄인이 되어야 했던 시간들.

그리고 서울역에 한 발짝도 들어설 수 없었던 금단의 시간들.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보는 일도,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일도,새구두를 사고 새옷을 사는 일도,마음놓고 웃는 일도 유예된 시간들.

이랜드뉴코아 동지들은 코스콤 동지들을 보면서 버티고,코스콤 동지들은 KTX새마을 동지들을 보면서 버티고,그 동지들은 기륭전자 동지들을 보면서 버티고 기륭동지들은 20년 청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한국합섬 동지들을 보면서 버텨왔던 시간들.

그리고 오늘.어린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순 없다며 철탑에 올라 간 윤종희 동지와 구자현 동지의 촛불을 대신들고 우린 촛불의 광장으로 갑니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죽는 것 빼고는 다해 본 사람들과,죽는 것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열사들이 온몸으로 써내려가는 최후진술서입니다.

신새벽 뒷골목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남몰래 쓰던 민주주의는 6월항쟁을 거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외침으로 광장에서 합창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유예한 채 저항해온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 교복을 입고 광장에 나온 아이의 등뒤에는 5월 광주처럼 총알이 박혔을 겁니다.

오늘 촛불이 범람하는 광장이 있기까진 서서 노래부를 한뼘의 공간을 위해 보도블록이 짱돌이 되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고,광주에서 죽어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밤을 새워가며 마셨던 절망의 증거들이 낮이면 꽃병으로 환생하는 용기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맞서야 했던 건 수천명을 학살했던 살인정권이었고,그때 짱돌과 꽃병은 총을 들고 그 총끝에 대검을 꽂았던 저들에 맞서는 최소한의 위안이자 두려움을 숨길 수 있었던 유일한 도구였습니다.

이심전심이란 말처럼 이명박과 전두환은 하나입니다.

지금 소화기나 물대포를 폭력이라 부르기 까진 최루탄을 눈처럼 덮어쓴 채 창자까지 쏟아질 듯하던 구역질과 그 최루탄에 맞아죽은 이한열과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과 쇠파이프에 맞아죽은 강경대와 군홧발에 밟혀죽은 김귀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은하수처럼 뿌려진 젊은 생명들을 딛고 온 민주주의는 이제 광장에 촛불로 섰습니다.

지금은 메아리가 되지 못하는 그래서 외롭고 쓸쓸한 우리들의 목소리도 언젠가는 세상을 뒤흔드는 비정규직 철폐의 함성이 될 겁니다.

어른들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아파트값만 올라갈 거라는 불순한 욕망에 부풀어 있을 때 사심없어 눈이 밝은 아이들은 촛불을 켜들었습니다.

노동자들 머리가 길다고 가차없이 쪼인트를 까던 현대재벌의 자본가였다는 걸 노동자들 마저 잊었는데 아이들은 그를 향해 쥐박이는 꺼지랍니다.

어른들은 조중동의 자전거와 선풍기에 군침을 흘리는데 조중동이 언론이면 야동은 다큐멘타리다. 외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통렬합니까.

물대포가 안전하다니까 물대포를 청와대에 비데로 놓아주자는 아이들은 얼마나 상큼합니까.

이명박이 소통을 말하니까 이명박은 소하고만 통하는 인간이랍니다.

소망교회 좋아하니까 소로 망하는 거랍니다.

저 아이들을 비정규직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의 투쟁이 저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동지들께 제안합니다. 우리는 이미 수백일을 단련된 전사들입니다.

이제 단사의 틀을 뛰어넘어 KTX새마을 동지들은 공공부분에,이랜드뉴코아 동지들은 서비스업종에,코스콤 동지들은 사무금융에,기륭동지들은 금속에,이렇게 각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내는 조직활동가가 됩시다.

비정규직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그들 스스로 일어서긴 힘이 부치고,정규직 노조들 바라보다가는 전봇대에 싹나게 생겼습니다.

그들이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해냅시다.우리 스스로가 자본가 정권을 불태우는 촛불이 됩시다.

끝으로 만세한번 부르겠습니다.이건 제가 한 10년 전에 했던 건데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우리 똑똑한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광우병 쇠고기도 막아내고 비정규직도 없애고 오래오래 살 거니까

대한민국 민중들 만세 만세 만만세!

이명박이가 이번에 미국가서 쇠고기 먹고왔는데 광우병 잠복기간이 10년 정도라니까 명박이도 10년은 안살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각하.십세 십세 십십세~~



김진숙칼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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