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사면권을 오남용하지 마라!
- 사면은 잘못된 법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과 양심을 보호해야 -
이명박 정부가 내일(13일) 국무회의를 통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네 번째 사면이고, 지난 세 번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사면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물들에는 힘 있는 정치인과 대기업 대표 및 고위 임원들이 눈에 띤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마치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의 친서민이란 구호가 역겨울 따름이며,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오너를 자처하는 대통령의 자본가적 본성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언론은 법치를 강조하며 대통령 사면권이 특정 계층에 치우지는 것은 물론 남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비해 독일은 60년 동안 네 번밖에 사면하지 않았고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은 아예 사면대상이 아니라고 소개한다. 이는 힘 있는 이들의 부정은 그 힘만큼이나 큰 악영향을 미치고 반민주적 범죄 또한 매우 중한 범죄임을 말한다. 이와 달리 우리가 주요 국경일에 사면을 실시해 온 것은 관용을 통한 사회통합을 추구하기 위함이며 민중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의 한계로 인해 감옥에 갇힌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권과 양심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사면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면은 특권계급을 위한 특별한 봐주기를 가리려는 구색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특히 절박한 생존권 투쟁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들이나 빈민,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정부의 졸속매각과 사용자들의 부실경영에 그 책임이 있고 법원조차 인정한 파업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지부의 파업 노동자들에겐 범죄자란 낙인이 찍혔고 가혹하게도 한상균 전 지부장과 금속노조 간부들에겐 수년의 실형까지 떨어졌다. 단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과 탄압을 받아오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해 자결한 고 박종태 열사의 분노와 한을 표현한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과 예인선노동자들의 단식농성장 강제 철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권기백 금속노조울산지부부지부장 등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과 개발이윤에 내몰려 가족과 이웃이 참사를 당한 것도 모자라, 테러범으로 몰려 감옥에 갇혀있다.
이들을 외면하면서 무슨 친서민 경제살리기 사면을 하고 웬 사회통합을 말한단 말인가.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치부를 한 노건평씨와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한 재범을 일삼은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를 사면한다고 양극화와 차별로 갈라진 우리사회가 통합된단 말인가. 유례가 드문 이건희 회장 1인 사면을 하고도 모자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전 산성전자 전략기획실 차장을 사면하자고 하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까지 사면하겠다는 것이 과연 친서민 경제살리기인가! 그들이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고 부당하게 취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이라도 하겠다고 했는가!
지난 11일 퇴직한 이석연 법제처장은 “권력을 행사하는 측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며)특히 행정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법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법위인(以法爲人/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을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바른 사면이란 그처럼 제대로 된 법이 아닌 악법에 희생된 노동자와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정의를 파괴하지 마라!
2010.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