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원장 담화문 ■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민주노조 탄압은 헌법개악,
정리해고 요건완화·파견업종 무한확대,
공공부문 사유화 신호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저는 오늘부터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반서민 정책폐기와 전면적인 정책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갑니다.
2년 6개월 전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 ‘어린쥐 교육’이라는 천박한 구호를 들고 출범한 현 정권의 극단적인 노동배제정책은 그 끝을 모르고 폭주하고 있습니다. 4대강 죽이기, 세종시 수정시도, 민주주의 후퇴와 남북관계 파탄 등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현 정권의 역주행이 진행됐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서민경제의 붕괴이고 사회양극화의 심화입니다.
최근 국정을 농단한 주범이 다름 아닌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라는 보도는 충격적입니다.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보좌해야할 비서관이 민간인 사찰의 핵심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 정권이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얼마나 부정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노동비서관이 노동자의 아픔을 살피기는커녕 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안기부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 노동운동을 하는 저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수조원에 이르는 재벌들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의 이면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와 노동자들의 고용악화, 저임금정책이 있었습니다. 100조에 달하는 부자감세, 일방적인 특혜정책으로 인해 재벌들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자산이 넘쳐나는데 국가재정은 붕괴위기에 처해 있으며 서민복지는 실종되었습니다. 합법적인 노조를 불법으로 몰고 비정규직을 무한 확장한 결과,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 아래로 추락할 지경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에 최저의 임금, 산재사망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소득격차는 세계 최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노조공화국이 아니라 산재공화국이며, 비정규직 공화국인 것입니다.
이제 그나마 남은 민주노조마저 싹을 도려내려는 반노동정책의 신호탄은 지난 1월1일 날치기로 통과시킨 개악노조법입니다.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결코 국제기준이 아니며, 국내현실에도 적용될 수 없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ILO와 OECD고용사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정부와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개악노조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위헌적인 개악노조법 날치기에 이어 또다시 5월1일, 세계노동절 새벽에 날치기 처리한 근로시간면제제도, 그리고 노동부와 사용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산업현장을 혼란시키고 있는 타임오프매뉴얼에 이르기까지 개악노조법의 시행과 관련된 일련의 정부조치는 모든 것이 탈법, 위법입니다. 사용자는 이러한 정부의 위법행위를 등에 업고 전임자임금지금문제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노조사무실에 대한 필수적인 편의제공조차 중단하고 있습니다.
노조사무실 전화를 끊는 것은 전임자임금지급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노조총회와 교육시간에 참가하는 일반 조합원들을 무급처리 하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짓입니까?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조활동에 대한 사전사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무엇이며, 회의록과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겉으로는 이 제도가 마치 국제기준인 양 호도하지만 정부와 사용자가 노리는 바는 이번 기회에 사실상 노조활동을 중단시키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정부나 사용자단체 역시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지만 대법원까지 3년 이상 걸리니 그 때까지 확실히 노조를 무력화’하면 된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역시 심각합니다.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와 합의된 단협조차 파기하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조합원동지 여러분!
저는 이러한 현 정권의 헌법유린과 노동기본권 부정, 민주노조 말살음모가 결국은 노동착취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음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저들은 하반기에 헌법에서 노동기본권을 삭제하는 헌법개악과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근기법개악, 그리고 파견법 개악을 통한 파견고용의 무한확대를 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날 박정희군사독재 정권이 투쟁하는 야당과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을 시작으로 종신대통령제를 위한 유신헌법을 추진했던 것과 같이, 이명박 정권의 민주노조 공격은 궁극적으로 노동의 헌법적 가치를 말살하고 ‘단순한 경영상의 이유만으로’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포석입니다. 그리고 파탄 난 국가재정을 채우기 위해 자본에 국가기간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을 팔아넘기기 위한 수순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저는 보수언론에게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일부 언론에서 왜곡하듯이 현재 진행되는 위헌적인 타임오프제와 불법적인 노동부 매뉴얼을 폐지하라는 민주노총의 투쟁을 마치 ‘노조 간부들의 밥그릇’ 지키기 투쟁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며 온당한 태도도 아닙니다. 저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이 법과 제도가 과연 ‘국제기준’인가?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할 것을 정부나 사용자에게 요구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노사관계의 국제기준은 ILO기준협약입니다. ILO권고에 따라 개악노조법을 개정하고 세계 최하위 수준인 ILO협약 비준수준을 높이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국격’을 위한 일입니다.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보도하지 않는다면 저는 이번 단식농성을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97년 정권의 무차별적인 금융시장개방과 신자유주의정책 도입으로 인해 초래된 고통과 정리해고의 아픔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가정은 파탄 났으며,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붕괴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이 바로 그 전야에 와 있다는 심정으로 말 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는다면 제2의 정리해고 광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사실, 제2의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광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사실, 제2의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국민 절대다수가 파견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헌법이 개악될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주어진 저의 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저의 주장에 답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저는 단식을 중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도를 하고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타임오프와 민주노조탄압의 최종 목적지가 전 국민을 상대로 진행되는 노동유연화와 국가기간산업 사유화의 전단계라면 당장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의로운 투쟁은 그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이 존중받는 진정한 민주국가를 위해, 전 국민의 고용안정을 통한 진정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우리의 길을 당당히 걸어 나갈 것입니다.
2010년 7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 영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