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카이스트노동조합 제 70 호 2008년 6월 10일(화) |
||||||||
노동자는역사의주인이요!! 생산의주체다!! |
|
☎ (042)869-2201~3. 2209 union@kaist.ac.kr 카이스트노동조합 편집위원회 |
|
KAIST,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면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 -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생명(연)삼키기"라는 달콤한 유혹 떨쳐야 - |
||
|
||
서남표 총장이 생명(연)과의 통합을 거론한 이후 우리 학교는 심각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태풍의 핵심에 있는 서 총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서 총장은 노동조합(생명, KAIST)과의 면담에서 '양 기관이 통합을 반대한다면 절대로 통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KAIST는 생명(연)과의 통합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고 “연구병원(Research Hospital)"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율배반적이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KAIST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끝없는 도전정신과 도약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로 미국의 존스 홉킨스 의대나 하버드 의과대학원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메디컬센터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KAIST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손 안대고 코풀기’식의 방법을 택했다. 바로 이웃집인 생명(연)을 통째로 집어삼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를 상대로 현재 설치되어 있는 의과학대학원의 내실화를 꾀하면서 전문연구병원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잡식성의 불가사리처럼 생명(연), 정보통신대학원(ICU), 연합대학원(UST), 한국과학영재학교 등을 흡수통합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할 뿐, KAIST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방향은 아닐 것이다.
KAIST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제 몫과 역할이 있듯이, 생명(연) 역시 나름의 역할이 있다. 생명(연)은 국가생명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생명공학 첨단연구 및 기반기술 개발, 산·학·연에 대한 공공인프라지원, 생명공학 산업화 지원 등 민간 기업이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수행하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따라서 생명(연)은 그 자체로 존립근거가 있으며, KAIST가 필요하다면 협력을 통한 연계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통합에 대한 실증적인 필요성, 내부 의견수렴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예산, 인력확보 및 운영방안, 통합에 대한 기대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A4용지 한 장에 14줄로 작성한 “생명연-KAIST 통합 발전방안”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KAIST와 청와대, 교육과학기술부가 야합하여 추진 중인 생명(연)과의 통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기술계, 생명(연), KAIST의 구성원들 모두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AIST 최고 경영 측은 ‘침묵하는 다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 침묵하는 다수(?)는 통합을 찬성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애써 나서서 반대하길 ‘주저하는 다수(!)’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흔히 경영학에서 “WIN-WIN전략”을 말한다. 서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추진되는 생명(연)과의 통합은 정부의 일방적인 강제통합방안에 따라 생명(연)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KAIST가 흡수 통합하는 형태다. 이것은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설령 강제로 통합한다 해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생명(연)은 물론 KAIST 내부의 교수협의회, 노동조합, 총(원)학생회 등 모든 구성원들조차 반대하는 생명(연)과의 통합에 미련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이 있다. 서남표 총장은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신성장동력기획단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에 위촉되었으며, 청와대 김창경 과학비서관과는 같은 MIT 출신(장순흥 교학부총장 역시)이다. 따라서 생명(연)과의 통합에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서 총장 스스로가 서로가 반대하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은밀한 접촉을 통하여 통합을 계속적으로 추진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최근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국민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건강권의 심각한 침해문제였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반감이라고 볼 수 있다. CEO출신으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주변사람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잣대로 국가와 국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대한민국을 이명박 주식회사쯤으로 치부)는 오만이 가져온 비극이라 하겠다. 눈높이를 얘기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기를 거부하고, 소통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본인은 정작 비판적인 다양한 여론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순된 행동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서남표 총장의 리더십 또한 이와 매우 유사하다. 서남표 총장은 MIT 재직시절 CEO형의 경영능력을 발휘하여 상당한 후광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검증된 바는 없지만) 이러한 측면이 작용하여 (낙마한 러플린의 후임) KAIST의 총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서 총장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정열적이며, 자신의 말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서 총장의 진의를 알아주지 않을까? 참, 의문스럽다.
최근, 엘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슈퍼CEO의 그늘”이란 보고서를 보면, 슈퍼 CEO는 네 가지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우선 슈퍼CEO들이 대부분 자신의 성공 방식을 다른 영역에 그대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성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 총장이 가장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과 우리는 현실적으로 사회여건에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애써 그 차이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우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언론의 찬사와 성공 신화로 ‘후광효과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다. 서 총장은 MIT 재직시절 개혁(?)의 선봉장으로서 많은 업적(?)을 이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조급하게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제도를 약간 윤색하고 각색한 개혁방안(대부분 검증되지 않았으며, 언론플레이 성격이 강함)을 쏟아 내고 있지는 않은지. 셋째, 이런 성향의 리더들은 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카리스마의 함정’은 경영자 교체과정에서 지도력의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KAIST는 영원하지만, 총장은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는 (유한한)자리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후임 총장과 그 구성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 문제다.
크리스 무니는 “정치적 이유나 이념적인 이유 때문에 과학적 과정이나 과학적 결론이 부당하게 손상하거나 변경되는 것을 ‘과학의 정치화’”라고 했다. 혹시 서 총장이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천박한 정치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아닌지, 본인을 위하여 매우 걱정스럽다. KAIST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철주야 애쓴다는 서 총장의 행보는 얼마나 서글픈가. 과유불급(過猶不及)-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이라 했던가. 서 총장의 진의가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그 첫걸음은 모든 것에 대해 전체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출연(연) 강제통폐합을 즉각 중단하라!!! |
||
|
|
|
☎ (042)869-2201~3. 2209 union@kaist.ac.kr 들꽃소식지 제 70 호 카이스트노동조합 편집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