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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KAIST-생명연 통합, 개혁 아닌 '진화' 중점둬야"
[직격인터뷰]"윈윈할 수 없다면 통합 그만둬라"






 ▲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 2008 HelloDD.com
국내 '석학'으로 통하는 조장희 가천의과대학 뇌과학연구소장이 KAIST(한국과학기술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통합 논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혔다.

조 소장은 '뇌 과학분야 선두주자', '국내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고 있는 원로 과학자다.

그는 "과학계 개편은 개혁(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의 방향이 돼야 한다"며 "통합을 통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계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지만, 관련 기관의 연구자들을 해치면서까지 급하고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조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연구자 해치는 통합, 발전에 도움 안 돼"

무리하게 합치면 안 된다. 원칙을 지키며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이 돼야 한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와의 연계는 세계적인 추세다. 현재 생명연이고, KAIST고 세계적인 연구 기관들과 비교해보면 보잘 것 없다. 너무 작은 기관들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지 않겠느냐.

현재 과학 현장의 문제는 연구실간의 벽이다. 실험실들이 기구는 많이 가지고 있지만, 문을 닫아놓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손해인가. 학계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통합은 올바른 방향이다. 지금 출연연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대학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학과 통합이 이뤄지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통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이 급하게 이뤄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 과학정책의 문제 중의 하나가 이런 일이 있을 때, 한쪽을 누르면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율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

통합에 있어서 또 지켜야 할 것이 연구자를 감원한다거나 어느 한편을 해치는 쪽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계를 통폐합해서 연구자를 자른다면 누가 과학자가 되려고 하겠나. 과학계 발전의 핵심은 인재다. 과학자는 존중하고 극대해줘야 한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하고 있다는 논의가 오가면 안 된다. 과학계의 융합이 정치가의 장난으로 자르고 붙여져서는 안 된다. PBS와 같은 웃기는 정치적 장난이 과학계를 얼마나 망쳐놨는지를 보라.

과학계의 개편은 진화(evolution)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개혁(revolution)이 아니라. 무리한 개혁의 방식으로 통합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각 연구기관의 발전을 통해 진화상에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통합이 서로 윈윈 할 수 없다면 하지마라. 과학계가 진화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 지금 과학계의 동료들이 서로를 무시하고 폄하하고 있다. 그럴 필요 없다.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지속적인 진화를 이뤄나가면 된다.

우리나라의 연구소는 작다. 세계와 경쟁하려면 규모가 있는 연구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통합을 무리하게 급히 추진할 필요는 없다. 서로가 이해할 수 있게 타협해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대덕넷 한민수 기자> hms@hellodd.com
2008년 06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