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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중집성원(20명) 조계사 무기한 단식농성 12일째, 단장 맡아 여성으론 단독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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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서 단식농성 12일째를 맞아 수척해져 있는 농성단장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사진=노동과세계


‘민주주의 수호, 부당징계저지’에 맞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의 단식농성이 25일 12일째를 맞고 있다. 전교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 동안 예정돼 있던 촛불문화제와 매일 진행하던 교과부앞 항의 1인 시위를 연기한 바 있다. 또 서울광장, 국회 분향소 조문 등을 통해 국민과 함께 고인의 서거를 애도하고 영면을 기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일부 지부장은 탈진상태로 병원입원이 필요한 상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교과부앞 항의 1인 시위는 물론 26일(저녁 7시)에는 조계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도 연다. 29일에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하반기 투쟁과 사업계획을 결의할 예정으로 단식농성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노동과세계에서 25일 오전11시 농성단장 김현주 수석부위원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단식농성이 12일째다. 와중에 많은 사건이 벌어져 현재 심경이 간단치 않을 것 같다.
= 농성 도중인데 김대중(DJ) 전 대통령 국장이 있었고 신종 플루 때문에 일부 학교가 휴교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 농성 지부장들이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입원하기도 해 쉽지 않은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농성의 목적은 사실 내부에 있다. 2학기 때 조합원들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장과 신종 플루 때문에 부각되지 않는 것 같아 다소 걱정이다.  


-단식농성은 통상 지도부가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집성원이 하고 있다. 향후 조직 후유증 등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시국선언과 징계대상자로 볼 때 시도(지부장)가 중심에 있다. 어차피 시도지부장은 시도교육청 앞에서 또 농성을 해야 할 판이다. 징계가 종류별로 있지만 중집성원들은 모두 해임대상자다. 지도력과 구심 차원에서 중집이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중앙단위에서 지역단위 투쟁을 고려했지만 ‘힘들여 해야 하는 투쟁’으로 입을 모았다.  


-단식농성 12일째를 맞으면서 현장의 분위기 등 그래도 변화된 것이 있을 것 같다.
=
농성을 시작할 때 방학 중이어서 많은 조합원(교사)들이 찾아와서 격려해줬다. 어제부터 학교들이 개학 중에 있고 학교 현장에 가서 알리는 게 중요하다. 농성 와중에 속보를 내긴 했지만 방학 중이라 효과는 미미했다. 전교조는 개학이 돼야 소통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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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한 켠에 차려진 전교조 중집성원 단식농성장 천막. 25일 12일째 단식농성 중이다.사진=노동과세계

-조계사는 촛불시위 농성장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만큼 정치적으로 농성 장소를 택하는데 특별했을 것 같다.
=사실 농성장소 논의할 때 명동성당에서 하자는 안도 나왔다. 하지만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조계사도 처음부터 허락받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 3일 정도 노숙하면서 총무처 등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양해를 구했다. 경찰들도 포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에 현수막과 텐트는 엄두도 못 냈다. 마침 비가 내리던 날 텐트를 쳤고 지금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고 주위 청소도 열심히 하고 있다. 조계사 측에서는 격려와 철거 통보가 함께 하는 분위기다. 조계사 측에 갈등을 안겨주는 것 같아 편치 못하다.  


-12일째 단식농성을 하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사건이 있었을 텐데.
=DJ 국장 때문에 긴급 중집회의를 열었다. DJ는 전교조와 인연이 깊다. DJ가 집권할 때 전교조가 합법화됐다. 통일사업 때문에 통일교육이 이슈를 끌었다. DJ 국장과 관련해 단식농성을 정리하자는 쪽과 하반기 투쟁을 위해 계속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안이 대립됐다. 오랜 시간 토론을 벌였다. 결국 조용히 조문을 하고 1인시위와 촛불집회를 취소하는 한편 시도 전임자를 중심으로 참배와 조문을 하면서 농성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단식농성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있을 텐데.
=여성에게 바깥에서 자면서 하는 단식농성은 너무나 어렵다. 육아와 가사 때문이다. 출퇴근 단식농성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이 전술적으로 취약함에 놓여 있다는 애기다. 배려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더욱이 단장이다 보니까 더욱 그렇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다.  


-교육운동과 관련해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되지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투쟁을 하는 건 잘못됐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대두돼 왔다. =일제시대 때 훌륭한 선생이 있었다. 가가호호 방문까지 하면서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문제는 황국신민화 교육이었다. 열심히 가르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교사는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와 열려 있어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역사를 보면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정권의 입맛에 강요돼 왔다. 교사들에게 비판의식이 없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문제가 따른다. 비판의식보다는 순종의식, 자발성보다는 일체성을 위해 가르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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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12일째 김현주 농성단장이 천막에서 한 곳을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노동과세계

-최근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여론조사결과 40% 넘게 지지도가 나왔다고 하고 있다.
=궁색하다고 본다. 죽음에 이른 두 전직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 시민들이 모이지 않게 하기 위해 시청을 막으면서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는 자잘한 행보들이 궁색한 것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누구처럼 돼라’라고 종종 말한다. 특히 대통령은 좋은 사례다. 역사 속에서 다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범을 설명하면서 가르칠 수는 있는 것이다. ‘농꾼’으로 돌아간 사례와 통일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이 일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남아있지만 어떤 점을 들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민 행보가 궁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특별히 교육정책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를 DJ와 비교해 볼 때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사실 DJ 집권시기 노동계가 많이 싸운 기억도 난다. 돌이켜보면 신자유주의는 그때 시작됐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특징이라면 경쟁과 서열을 노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전에는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통상 어떤 교육과정이 만들어져 나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연구는 물론 이론과 현실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책으로 바로 발표해버린다. 그래서 교과서 개정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교과서가 1년 밖에 사용될 수 없는 관계로 업체에서 수지타산이 안 맞아 중단해 버린 것이다. 한때 교과서 없는 교육이 될 정도로 ‘준비 없는 교육’이 바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전교조는 노동조합 형태로 교육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조직이다. 한때는 교사협의회 단체로 교육운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노동조합 간판을 얻기 위해 숱한 구속과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노동조합 이상의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교육은 모든 이의 것이다.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넘어선 역할을 사회는 광범위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 형태가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 속에서 역할을 해야 하고 총연맹 안에서도 폭넓은 시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교육과 의료는 이런 부분에서 계속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본다. 전교조가 강건한 조직으로, 또 국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계속 부탁한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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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7일째 전교조 중집성원들의 힘찬 모습. 하지만 25일 12일째를 맞아 하나 둘 씩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사진=노동과세계

강상철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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