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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철거 후 만든 흙더미, 박근혜정권 무덤이 될 것이다”







[0호] 2013년 04월 04일 (목)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 서울 중구청이 4일 오전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해 강제 철거하고 화단을 조성했다. ⓒ 변백선 기자








   
▲ 서울 중구청이 4일 오전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 강제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근혜정부가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


서울 중구청은 오늘(4일) 새벽 6시 경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 들이닥쳐 천막 1동을 강제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흙을 부은 후 식물을 심었다. 금속노조와 연대대오, 시민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총 36명이 연행됐으며, 수 명이 부상을 입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연대단체와 시민들이 분향소 자리에 흙을 들이붓는 것을 극력 막으려 버텼으나 중무장한 경찰병력과 중구청 관계자들 수가 훨씬 많아 힘으로 당해낼 수 없었다.


침탈 과정에서 경찰이 중구청 조끼를 입고 철거에 나섰다가 경찰버스에서 벗는 것을 봤다는 연행자 증언이 잇따라 오늘 경찰과 중구청이 미리 공모 하에 합동작전을 벌였음을 알 수 있다. 쌍용차지부 조합원을 비롯해 분향소 철거에 맞서 싸우던 이들은 경찰에 폭력적으로 강제 연행돼 금천서로 8명, 중랑서로 9명, 양천서로 8명, 도봉서로 11명이 이송됐다.


쌍용차 범대위는 분향소 철거에 대해 중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회견이 예정됐던 오전 10시 정각 중구청이 또다시 들이닥쳐 덤프트럭을 밀고 들어와 흙을 부으려 하는 바람에 큰 충돌이 빚어졌다.


중구청은 이미 상당량의 흙을 부어놓은 상태였지만 거기에 또다시 한 트럭 분의 흙을 부으려 했다. 시민들이 달려가 트럭 뒤에 앉아 이를 저지하자 경찰이 와서 이들을 무차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경까지 투입됐고,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병력에 밀려 쓰러지며 손과 팔 등을 다쳤다.


결국 흙더미를 쏟아놓은 후 중구청 관계자들이 삽으로 흙을 고르자 이를 또다시 막으려는 상황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분향소를 철거하고 화단을 조성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중구청을 비호했다.


“화단 공사를 막는 것은 공무집행 방해다. 화단 위에 있으면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형법 위반이다. 공사현장에서 즉시 내려가라. 내려가지 않으면 검거하겠다.”


시민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경찰을 규탄했다. “박근혜가 집권하니까 집회신고를 하고 집회도 못하나? 여기는 집회신고를 한법적인 공간이다. 경찰이 집회를 보호하지 않고 뭐하는 짓인가. 국민 원성을 쌓으며 유신독재가 부활하는 것을 지금 보고 있다. 이렇게 시민을 짓밟을 수가 있는가. 경찰은 공무가 뭔지도 모르는가.”










   
▲ 서울 중구청은 4일 오전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화단을 조성했다. 중구청은 이미 상당량의 흙을 부어놓은 상태에서 저지하는 시민들을 연행하고 또다시 한 트럭 분의 흙을 쏟아냈다. ⓒ 변백선 기자








   
▲ 서울 중구청은 4일 오전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화단을 조성했다. 한 시민이 중구청 직원들과 경찰이 막아선 곳에서 '우리는 함께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쌍용차 범대위는 분향소 철거를 규탄하며 더 큰 분노와 울분을 실어 오전 11시 경 철거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참가들은 “함께 좀 살자는데 새벽기습 강제철거 중구청 규탄한다”, “노동자가 꽃이다 더러운 화단 치워~ 함께 좀 살자!”, “농성장 철거해도 투쟁은 계속된다 쌍차 문제 해결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면서 “강제철거한다고 투쟁이 사그라들지 않음을 명심해야 하며, 힘으로 철거하면 더 큰 힘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못박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긴급히 논의해서 박근혜정부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희주 쌍용차 범대위 공동대표(노동전선 대표)는 “군사작전을 하듯이 새벽시간에 기습철거를 감행했다”고 말하고 “정리해고로 희생된 24분의 분노의 표상인 이곳 분향소는 집회신고를 한 합법적 공간”이라면서 “밟으면 밟을수록 꿈틀댈 것이며 분향소가 없으면 다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해 3월 30일 쌍용차지부 이윤형 조합원이 스물두번째로 세상을 등진 후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이곳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전하고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했다.










   
▲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후 만들어진 화단 앞에서 쌍용차 범대위가 분향소 철거에 대해 중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분향소가 강제 철거되고 만들어진 화단 앞에서 쌍용차 범대위가 분향소 철거에 대해 중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운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쌍용차지부는 그동안 중구청과 여러 차례 만나 분향소 의미를 설명하고 시민들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문화재 소실이나 화재 위험이 없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에는 대표단을 구성해 중구청장 면담을 신청했으며, 엊그제까지도 구청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이어오고 있었다.


중구청은 그동안 온다 안온다식으로 계속해서 분향소 농성자들을 불안하고 만들었다. 구청 측이 지난 3월8일 아침 7시 공무원을 대거 동원해 분향천막을 철거하려는 것을 연대대오가 나서서 저지했다. 쌍용차지부는 철거계획이 있을 경우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중구청은 원만히 협의를 진행하는 척 하면서 오늘 새벽 기습했다.


박병우 민주노총 대협국장은 오늘 강제철거가 명백한 불법임을 강조했다. 박 국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분향소를 철거하는 일은 없을 뿐 아니라 중구청이 이미 철거하겠다고 계고장을 보내며 절차를 밟은 것은 화재로 소실된 천막이었다”고 전하고 “새 건물을 철거할 경우 필요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어제까지 협의를 진행하다 오늘 새벽에 침탈했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슬픈사람의 가슴에 칼을 꽂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는 나쁜 망나니를 우리 말로 꺽쇠라고 한다”이라고 말하고 “꺽쇠는 살아도 삶이 없고, 죽어도 무덤이 없는 못된 놈”이라고 전했다.


백 소장은 “우리가 무엇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쌍용차 24분의 목숨을 앗아간 이명박-박근혜정권에게 정당한 우리 삶의 권리를 내놓으라고 한 것”이라면서 “분향소 자리에 저렇게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저게 바로 꺽쇠의 짓”이라면서 “저 침탈현장을 박근혜정권의 무덤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화단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아선 민주노총 양성윤 위원장 직무대행이 경찰의 연행 시도에 맞서 몸싸움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화단작업을 저지하는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들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화단작업을 막아서는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들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그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어르신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와서 시대를 이렇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아이들 미래를 위해 희생해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전하고 “죽지 않으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버텼고 이곳은 희망의 천막, 희망의 장소였다”면서 “우리가 국민으로서 대접 받지 못하지만 다시 일어나 싸울테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쌍용차 스물네분의 추모의 시간을 단절할 수 없다면서 회견 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 범대위는 정오 경 대한문 농성장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분향소 강제철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대한문 분향소 철거 자리에서 오늘 오후 7시 추모촛불문화제를 연다.


중구청과 경찰이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했다. 지난해 4월5일 쌍용자동차지부가 경찰과 싸운 끝에 이곳에 분향소를 설치한 후 만 1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거쳐갔다.


시민들이 모여앉아 한 땀 한 땀 손으로 떠서 천막 이곳저곳을 감싸준 소품들, 작은 화분에 심은 꽃들, 십시일반으로 저마다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농성 물품들, 농성하던 누군가가 신던 신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떻게든 조그만 희망이라도 만들어 주려던 그 따뜻한 마음들이 모두 무참히 짓밟혔다.

민주노총은 4일 ‘정부는 쌍용차 분향소 기습철거 사죄하고 문제해결에 나서라!’ 제하 성명을 발표해 분향소 침탈을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등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기는커녕 폭력으로 짓밟고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앞세우는 정부는 통치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문제를 감추고 덮고 보자는 정부와 여당은 무능하기까지 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2013년 국회의 첫 업무는 쌍용차 국정조사로 정했다’고 한 제1야당은 또 무엇을 하느냐”면서 민주통합당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국정조사 약속을 지키고 부당하게 해고된 이들을 복직시키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권은 폭력철거를 당장 사죄하고 국정조사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화단작업을 저지하는 유득규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후 화단작업을 막아선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들을 경찰들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차 분향소에 화재가 발생한 후 시민들이 모여앉아 한 땀 한 땀 손으로 떠서 천막 이곳저곳을 감싸준 소품들, 작은 화분에 심은 꽃들 등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떻게든 조그만 희망이라도 만들어 주려던 것들이 모두 짓밟혔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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