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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교수협 "생명연 통합, 공청회 거쳐야"
인력 개편에 따른 '소모적 내전' 우려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의 통합에 대해 KAIST 교수들도 성급한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중지(衆志)'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30일자로 발행될 KAIST 교수협의회보 2008-2에 따르면 KAIST 교수협의회 측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통합은 국가생명 과학연구의 축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타 대학과 연구 갈등, 인력 개편에 의한 소모적 내전을 겪게 될 것'이라며 'KAIST가 역사의 교훈을 무시한 소탐대실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다음은 교수협의회보에 실린 글 전문이다.





◆사설 : 통합논의, 공청회 거쳐야

요즘 과기원은 두더지 게임 하듯이 여기 저기에서 새로운 안이 튀어나고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돌품으로 구성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학사, 교무, 그리고 조직 개편안이 검토가 미진한 체 보도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정책은 좋은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그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간 교수들 은 이해가 상충이 되어도 비판을 자제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Black hole인가, 한 지붕 두 가족인가?

조직은 원래 정권이 바뀌면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인가? ICU, KSA에 이어 생명공학 연구원과의 통합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 기자가 요즘 과기원은 블랙홀(Black hole)이 아니냐며, 이것저것 아무거나 삼켜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는 현 상을 꼬집었다.

통합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이다. 장점만 열거된 안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검토가 부족하거나 불량한 사안일 공산이 크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각 기관의 설립 목적과 사명이 다를 수도 있고 원칙적으로 국가적 혹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 하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 안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CU와의 통합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학간의 통합이며 유사한 사례가 많아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통합이 KAIST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왜 통합을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문제다. 통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비슷한 전공을 두 캠퍼스에서 별도로 운영하고 부총장을 두어야 한다면 굳이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교수 수(critical mass)를 따진다면 옛 공산국가의 대학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근사한 수사학적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궁색해 보이는 것은 결국 이러한 '한 지붕 두 가족'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임시 방편적 우산으로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재학교의 KAIST 부설기관 화 문제도 그렇다. 내부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교육청의 떠넘기기를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앞으로 영재교육기관의 확대와 더불어 인사와 예산 문제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소보다 연구병원이 급선무

생명공학 연구원과의 통합은 연구소와 대학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앞서 다른 두 기관과의 통합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통합이 되면 KAIST 생명공학분야가 세계적 대학에 초석이 될 것이며 대단한 시너지를 갖고 올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의과대학이 없는 우리 학교로서는 학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공학 연구를 한 차원 높이고 세계적 대학과 경쟁하기 위하여는 연구소와의 통폐합에 에너지를 쏟아 붙는 것이 적당한가 하는 것이다. 이보다 정부가 이 분야의 발전에 하바드 의대처럼 의과대학원과 연구병원을 설치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더욱 핵심적인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여러 가지 설명에도 불구하고 통합은 결국 예산절감 즉 고비용 저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그 목적으로 보인다. 이는 일부 실세 그룹들은 그간 연구단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자주 거론한 것이다. 정부는 결국 연구병원도 생명공학 연구도 안중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부는 서총장이 제안한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정부안이 된 이상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KAIST는 왜 그 고비용 구조를 끌어 안으려는 것일까. 생명공학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 두해 정부예산 확보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생명공학 분야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통합은 국가생명 과학연구의 축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통합 이후 필연적으로 타 대학 과 연구의 갈등 구조를 빗게 될 것이고, 인력 개편에 따른 소모적인 내전을 거쳐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생명과학의 인력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하며, 분야의 벤처기업 지원이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런 문제들을 검토 한 번 하지도 않고 단지 대학-연구소의 통합이라는 건수 올리기 식이라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이제 KAIST는 좀더 발전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을 하자. 기껏 생명공학연구원이나 먹겠다는 편협하고 파괴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첨단 연구병원을 유치하고 이를 축으로 생명공학연구원과 협력연구를 장려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좀더 원대한 꿈을 갖는 것이 서총장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아니었을까. 자칫 역사의 교훈을 무시한 KAIST가 소탐대실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학교는 이러한 문제를 공청회 등을 거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끝>
<대덕넷 박태진 기자> bluetomato33@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