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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 과제중 하나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과 청년실업 문제일 것이다. 지난 한해를 달궜던 노동개혁 과제중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중 하나는 임금피크제 논의였다. 이 논의가 부각된 이유중 하나는 바로 '정년 60세 법'이 올해부터 사업장에서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60세 정년법은 저출산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노동력부족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해결하고자 마련한 방안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법 취지대로 임금 삭감 없는 60세 정년보장을 요구하며 작년 한해 노사정위에서 여러차례 충돌한바 있다.

정부는 청년실업수준이 심각한 만큼 중·장년층의 급여를 줄여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자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노사가 합의해 일정시점부터 임금을 감액시키고 정년을 보장 또는 연장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기존정년은 보장하되 피크시점 설정이후 임금을 감액하는 형태다.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을 새롭게 1년 이상 연장해 새로운 정년을 설정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계적으로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므로 기존근속연수에 새롭게 연장된 근속연수까지 모두 더해 퇴직금과 연차휴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임금피크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정년이 60세로 법제화 됨에 따라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정년연장형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실질적으로 정년감축으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구성원들의 반발 및 박탈감을 초래할 수 있고, 직무만족도를 떨어트려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여부와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것은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문제다. 현행법상 임금피크제 도입여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또 법정 정년제 시행을 이유로 기존 임금수준을 저하시키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된다. 취업규칙은 1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제정, 신고하여야 하는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회사 내부법이다. 이러한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은 근로조건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므로 사용자가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불이익변경절차를 노동법상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와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에 노동개혁의 핵심사안중 하나인 저성과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등 양대지침 최종안을 확정 발표했다. 노동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불이익변경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는 모법인 근로기준법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집단적 동의절차가 명시되지 않은 일본 판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근로기준법 94조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예외적으로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사회적 합리성 요건을 행정지침으로 들여왔다. 이는 사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근로자들의 집단의사를 무시한 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해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입법을 통해 이러한 취업규칙 변경책을 각 노동청을 통해 사업장에 내려 보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법인 근로기준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므로 정책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임금관련 정책대안이므로 사업장에서 노사간의 상호신뢰에 바탕한 자율적인 합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