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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노사가 6년째 이어져온 분쟁을 마무리지었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과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은 1일 오후 2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인식을 갖고 손을 맞잡았다. 이들이 합의서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지난 2005년 시작된 ‘기륭투쟁’이 종결됐다.


기륭전자 노사 양측은 △조합원 10명 고용보장 △상호 고소고발 취하 등에 합의했으며, 노조는 농성을 중단키로 했다. 단, 10명 복직문제는 당장이 아닌 1년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기륭 사태는 2005년 7월 기륭전자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회사가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이에 맞서 점거농성과 파업투쟁을 벌였다. 기륭 사측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벌금 몇 백만원을 낸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며 발뺌하고 전체 생산라인을 도급으로 전환했다.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지난 6년 간 1,895일에 이르는 장기투쟁을 이어오며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2008년 94일 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죽는 것 빼고 다 해봤다”는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 그들의 절규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노동을 천시하는지,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동자를 벼랑 끝까지 내모는지를 보여준다.


기륭 조합원들의 요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한 가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십 수명 여성노동자들은 몇 번이나 목숨 건 투쟁을 벌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은 회사가 동원한 용역깡패들에게 얻어맞고, 경찰 방패에 채이며 온갖 폭력과 모욕에 시달렸다.


어떤 탄압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회사가 뒤집는 바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이 6년 간 싸워온 사연은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다.


김소연 분회장은 “그렇게 힘들게 오랜 기간 싸울거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취직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딜 가나 파견 비정규직 말고는 일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똑같은 취급을 다시는 받고 싶지 않았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것은 기륭 조합원들이 1900여 일 동안 흔들림 없이 싸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기륭전자분회는 정규직화 쟁취에 그치지 않고 파견제 철폐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륭전자가 위치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지역의 불법파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산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파견직 고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견회사들도 날이 갈수록 대형화추세를 보인다.


또 불법파견 문제는 부당해고, 임금차별 등 불법과 탈법의 온상으로 자리 잡았다. 파견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사유는 기가 막힐 정도다. 실제 2005년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은 잡담이나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해고당했다.


과로로 인해 잔업을 못해도 해고당했고, 관리자들에게 밉보여도 해고당했다. 파견노동자들은 무자비하게 남발되는 해고에 줄줄이 희생양이 됐다. 정규직과의 임금차별도 극심해 상여금만 놓고 봐도 정규직은 700%, 비정규직은 400%를 받았지만 파견직은 상여금이 아예 없었다.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이 해고당하던 2005년 상황이 그랬다. 5년 넘게 2010년 현재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권의 비호를 받는 자본가들이 얼마나 노동시장을 자기들 마음대로 휘저으며 불법을 저지를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기륭전자 노사 간의 오랜 갈등이 오늘로써 일단락됐지만 파견직 노동자들의 저항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륭 여성노동자들의 승리는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늘 말하는 “질긴 놈이 이긴다”는 명제를 다시 떠올리게 해줬다. 수많은 한계를 극복하며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인내하고 인내해 만들어낸 그들의 승리는 그래서 더 빛난다.


기륭전자분회는 오늘(1일) 노사 합의 조인식에 이어 오는 5일 오후 5시 기륭 사옥 앞에서 마무리집회와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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