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5년史 뛰어 넘는 전망 세워야” | ||||||||||||
“위기가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 위기다. 그런데 위기 그 다음에 대한 전망이 우리 안에 없다. 그게 위기감을 더 부추긴다. 이제는 외부에서 민주노총을 분석하고 해부하는 시선보다 우리 스스로 전망을 세우는 작업이 필수 과제다”
△취임 5개월째다. 되돌아본다면=취임 초기 타임오프 개악, 지방선거 등 중요의제가 산적해 있었다. 또 우리가 1월 정기대의원대회 당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던 민주노총의 ‘위기’가 앞에 놓여있었다. 때문에 무엇보다 현장조합원들과 접촉하며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민주노총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민주노총의 내부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민주노총의 존재감을 이야기 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을 만나고 얘기를 들었다. 하반기에는 좀 더 분명한 지도부의 지향점을 갖고 또 한 번의 현장대장정 순회에 나설 것이다. 이번에는 취임 초기처럼 신뢰를 심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문제와 이슈를 던지고 현장에서 직접 우리의 비전과 대책,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운영된 혁신위를 보다 더 강화해서 87년 이후 노동운동 체제를 극복하고 제2의 민주노조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기획을 가속화시킬 거다. 단병호 지도부의 노동운동전략위, 이수호 지도부의 무상급식.무상교육, 이석행 지도부의 현장대장정, 임성규 지도부의 사회연대전략 등 곡절을 겪었던 과거 비전을 모두 총화해서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10년을 기획하는 작업에 들어갈거다. 우리 바깥에서 진단하는 연구대상으로서의 민주노총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스스로 평가하고 만들어진 민주노총만의 대항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선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의 대혁신을 강조했다=혁신은 일회성이 아니라 임기 내내 가져가야 할 중요한 화두다. 결국 혁신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진보운동의 삶의 양식으로서 변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측면에서의 혁신이다. 또 하나는 소위 87체제 이후 변화된 정치경제 지형에 맞는 운동 제진영을 새로이 짜기 위해 전 분야에 걸쳐 전략을 만드는 혁신이다. 물론 1차 혁신은 총국의 혁신이고 이는 곧 지도부의 혁신이다. 선출임원들이 과거 낡은 사고에 묶이지 않고 과감히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7월 중 상집교체 인사 개편이 진행될거다. 민주노총 중심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전망을 세우려는 하반기 사업도 혁신의 한 과정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력 약화 문제는 총파업이 다양한 이유로 무산될때마다 지적되고 있다. 대안은=5개월간 활동하면서 간선제의 한계를 종종 느꼈다. ‘당신들의 리그’식으로 생각하며 위원장에게 관심 없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도력 약화는 우리 집행부가 막연히 현장 조합원들에게 믿어달라는 신뢰감을 주는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중요 의제들을 현장에 직접 가져가서 던지고 토론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도부의 지도력이 꾸준히 약화되어갔다는 지적을 수용한다. 대안은 따로 있지 않다고 본다.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부터 준비해서 1천여 대의원들을 모두 만나겠다. 만나서 일일이 토론해나가겠다. 대의원은 우리 민주노총의 핵심이다. 그동안 대의원을 중심에 세우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일상적 투쟁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목적의식적으로 대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동력으로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꿈꾸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제 수준의 사업계획을 확정지을 수 있다면 지도력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총연맹과 산별, 단위노조, 지역본부간 지위와 역할 규명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조직력 문제를 혁신해나갈 수 있다. 어떤 평가보고서를 보면 총연맹과 산별, 단위노조의 사업계획이 오십보백보인 경우가 많다. 막연히 총연맹하면 정치전선 펴고 공중전하고 사회적 의제 펴고 단위노조는 가장 대중과 밀접한 조직으로 현장성 높이는데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런 역할이 오히려 역전될 때도 있다. 이렇게 각자 맡고 있는 지위와 역할이 혼재되고 역전될 때 조직력 약화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바둑을 예로 들어보자. 고수와 하수가 9집 접바둑을 둬도 대부분 고수가 이긴다. 왜일까. 하수가 두지 말아야 할 곳에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다. 마찬가지로 총연맹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거나 산별이 과도하게 영역을 뛰어넘는 일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야전사령관이 전쟁 전체를 고민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이면 결국 현장에서 산별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고 조직력 약화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상급은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투쟁토록 엄호하고 산별은 조합원과 밀착해 제시된 길 따라 돌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우리는 총연맹이 주체가 되는 프랑스나 산별이 주체가 되는 독일과는 다르다. 총연맹의 통합적지도력과 산별들의 투쟁이 융합해 효율적인 투쟁이 가능할 때 한국식 산별운동의 전형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본다. △총파업 무산은 조직력 약화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상반기 돌이켜보면 총노동탄압에 맞선 총노동전선 구축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됐다. 분명히 타임오프, 건설, 공무원, 최저임금 등 산적한 의제들은 MB정권의 주도면밀한 민주노총 죽이기이자 민주주의의 후퇴가 가져온 결과인데 총노동자전선 구축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제 스스로도 점수 못 준다. 천안함 사태 등 여러 일들이 꼬였지만 총파업 폐기는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러나 반성에 끝낼 게 아니라 이런 문제가 어디서 기인하지는 살펴봐야한다. 산별투쟁이 어그러지고 총연맹 중심성 강화에 실패했다. 당시 상황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주요 산별들이 집행이 어렵다고 할 때 총연맹 중심으로 일단 투쟁에 나서고 평가는 나중에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고 더 준비해서 투쟁에 나설 것인가이다. 상반기는 후자에 가까웠다. 번번이 좌절될 때 비판도 많았는데 그 비판 모두 수용한다.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결정이 되면 힘있게 밀고나가는 기풍을 만들겠다.
솔직히 쉽지 않은 싸움이다. 보수언론은 노조혐오증을 바탕으로 타임오프 문제를 왜곡하고 일부 국민들은 거기에 설득당하고 있다. 마치 노조의 제 밥 그릇 챙기기인양 호도되고 있다. 여론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 타임오프는 노조법 전면재개정 투쟁을 통해 해결해야한다.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조는 무엇인라는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져야 한다. 노조는 우리 사회에서 박멸해야 할 사회악인가, 아니면 무한경쟁 사회, 개별화 사회에서 최소한의 사회 균형을 맞춰 줄 보루냐, 노동기본권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과 대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으로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을거다. 현장에서 타임오프 강행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제를 던지고 설득할 때 이 싸움은 이길 수 있다. △최저임금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쟁점은 무엇이며 민주노총의 대응방안은=최저임금 부분은 예년에 비해 참여와 연대의 폭이 넓어졌지만 명실상부한 국민임투로 전선을 확장하지는 못한 측면이 있다.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집단이라는 우리의 창립정신에 가장 걸맞는 투쟁이 이번 국민임투다. 결론이 어떻게 날 지 모르겠지만 임금 결정으로 싸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년 내내 진행할 수 있는 연중캠페인을 진행하고 내년, 내후년 6월이면 으레 최임위 앞에서 하는 투쟁이 아니라 이 사안으로 총파업 전선을 걸 수 있는 정도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국민임투로 확장시켜야 한다. 300만 최임노동자들이 볼 때 민주노총이 우리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겠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2011년 투쟁으로 연결해 나갈 거다. △오랜만에 대규모 도심집회를 열었다. 어떤 의미가 있나=연행을 각오하고 때리면 맞는다는 각오로 나갔다. 도심 시위를 고민한 건 언제부터인가 집회가 불온시돼고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막혀나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번졌던 무기력을 극복하고 자신을 갖고 국민들 앞에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엄연한 기본권인데 촛불 이후 숨죽이고 있는 이때 우리 노동자들이 촛불에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감동 없는 연설들이 많았는데 백마디 연설보다 온 몸으로 저항해야 할 때가 있고 조합원과 결의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의 당면 핵심 과제는=역시 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다들 어렵다, 위기다 비관할 때 필요한 건 이 어려움이 일시적이고 비오는 날보다 해 뜨는 날이 많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가 일시적이고 극복할 수 있으려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무엇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막연히 전망의 부재 속에서 헷갈려하고 길을 잃다 보면 위기는 고착화된다. 그래서 우리에겐 승리의 전망이 필요하다. MB정권이 불러온 온갖 위기들 다들 예상한 수준 아닌가. 버텨낼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수준 아닌가. 극복한 이후 전망만 우리에게 있으면 결국 싸움은 질긴 우리가 이긴다. 이 정도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는 전망을 세워 나가기 위해 조합원들이 함께 만드는 전망이 필요하다. 하반기를 통해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각 사회 영역에 대해 민주노총이 제시할 수 있는 전략과 전망을 거시적 관점에서 구축해 나갈 거다. △6.2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개인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에겐 진보대통합이라는 전략적 과제와 반MB연합이라는 전술적 과제가 있다. 반MB 부분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아무리 언론을 장악하고 그 언론이 포장을 해도 국민은 현 정부에 맞선 진보개혁세력에 대해 분명한 지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절반은 실패했다. 분당 이후 진보정당들은 대안세력으로 나서지 못했고 진보가 대안이라는 점도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다. 민주노총이 진보대통합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큰 점수는 못 준다. 외부 비판도 수용한다. 이번 선거가 남겨준 과제는 분명하다.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받들 새로운 진보정당을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건설하는 거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2년 정권교체기에 또 한 번의 실패도 가능하다. 국민들은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은 분명히 성과를 거뒀지만 여기에 안주해서 진보대통합에 소홀히 한다면 군소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도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만큼 대중들에게 보다 더 깊게 뿌리박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결국 남은 과제는 진보양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진보정치운동이다. 진보정당의 10년을 총화해서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가는 길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2012년 큰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이 부분에 총력을 기울일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현장조합원들을 만나면 여전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소중한 조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방선거에서 경남, 전남 지방조합원들이 곽노현, 김상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연고자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조합원들의 저력을 새삼 확인했다. 하반기 접어들면 또 다시 현장으로 찾아가 조합원들과 좀 더 구체적인 의제를 갖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례적인 인사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토론하겠다. 어려운 시기, 어둠의 시기 함께 서로 의지하며 같이 넘어가자. 이를 위해서라면 지도부에 요구되는 그 어떤 과제라도 피하지 않겠다. 약속드린다. |
2010.07.09 00:00
(인터뷰) 민주노총 김영훈위원장"노동법 전면 재개정 투쟁,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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